다음은 무얼 쓸까 하면서 과거 이력을 복기하던 중 어떤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정말 충격적이게도 2024년 벚꽃 구경은 식목일에 다 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갤러리를 뒤져보니 벚꽃 만개한 시기에 여의도 어귀를 들른 적이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겸...
당일날 어쩌다 벚꽃까지 보게 됐는지의 경위를 이참에 일기처럼 써볼까 한다.
계기는 대학동기의 결혼식.
식장이 서울의 당산 근처래서 평소에 갈 일이 없었다가 그 일대를 가보게 된 것이다.
아슬아슬 지각은 피해가며 들어갔으나 혼자 상대측 자리에 들어가 앉아버린 바람에 딱딱하고 깍듯하게 식을 축하하다가, 식이 다 끝난 다음에야 아는 사람들이 조금 보이는 반대편 측을 가볼 수가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대학동기들... 하도 오랜만에 만났더니 얼굴도 제대로 못 알아봐서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버렸다가 누군지 제대로 알게된 뒤에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함께 식사하고 동기들을 따라 산책을 나서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금세 거리감이 좁혀지는 느낌은 참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봤을 땐 전부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전부 사회인이 되어 모였다는 점 또한 재미있고.
이날은 날씨도 참 좋았어서 걷는 것도 좋았다.
결혼식 하객답게 정장 비슷하게 입고 갔는데, 여의도 부근을 가게 되니까 꼭 여의도에서 일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 없이 따라갔는데 여러 플리마켓 같은 것이 펼쳐진 게 보였다.
봄꽃축제라나... 전혀 몰랐다.
축제 덕분에 인파도 심각하게 붐볐는데, 이 동기들은 대문자 I들이면서 무슨 깡으로 여길 온 건가 싶기도...
판매 부스들에선 대체로 수공예품과 같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들을 많이 팔았다.
TMI지만 동기들을 따라 다육식물을 충동구매했는데...
그걸 죽여놨다. ... 나는 이날부로 웬만하면 식물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봄꽃축제가 닉값을 하듯 벚꽃이 활짝 핀 풍경은 제법 보기가 좋았다.
인파를 애써 무시해보며 눈길을 동기들이나 벚꽃을 향해 고정해 두면 스트레스가 덜 쌓였던 것 같다.
뭐 떨어지는 벚꽃잎 손으로 잡으면 소원 같은 것이 이뤄진다 했던가? 그런 속설에 기반해서 열심히 잡기 액션을 해봤는데, 이게 굳이 액션을 하지 않아도 하도 많이 떨어져서 알아서 내 몸에 와서 붙어 준다.
그냥 그거 차곡차곡 떼어서 모아두니 다섯도 넘는 풍경이 제법 웃겼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동하다 보니 벚꽃구간은 벗어나서 꽤 걷다가 특이한 카페에 들르게 되었다.
외관부터 신기했는데, 안상규 벌꿀이라고 대놓고 써져 있고 육각형 모양의 패턴이 다닥다닥 붙여진 모습에, 대체 뭐인가 했더니 정말 꿀에 진심인 카페였던 거다.
[NAVER Map]
안스 허니 카페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675 1층,2층
https://naver.me/F0wWOfrk
일단 도보로 가장 가까운 역은 5호선의 영등포시장역으로 보인다.
대략적 구조는 1층은 주문만 하는 위주고, 홀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2층으로 가서 착석할 것.
인테리어는 외관, 1층, 2층 전부 독특하고 예뻤다.
무엇보다 꿀에 대한 광기가 잘 느껴질 만큼 지독하게 컨셉에 충실했다는 감상이 들었다.
특이한 메뉴들이 많았어서 유심히 메뉴판을 노려보다가 하나씩 주문한 다음 동기들과 함께 착석을 위해 2층으로 이동했었다.
평범한 좌석들이 남아 있던 와중 독특해 보이는 좌석이 곧 비워질 낌새라 열심히 눈치싸움하며 버티다가 자리가 나자마자 잽싸게 들어가 앉았다.
이게 생긴 모습을 보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같은 시간에 같은 카페에 가서 같은 음료를 마셔도 이런 자리를 두고 평범한 자리에서 앉아서 마시면 훨씬 손해를 본다는 게 내 논리다.
시켰던 음료들은 이런 식으로 나왔다.
지금은 무슨 음료를 시켰는진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대부분의 메뉴에 꿀이 들어가는 것은 확실했던 것 같고, 내가 마신 메뉴도 만족스럽게 맛있었고, 동기들도 자신의 음료를 퍽 만족스러워 했으니 괜찮은 카페라고 생각한다.
뷔페로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디저트도 시켰을텐데...
어쨌든,
이곳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가끔 만나서 그동안 쌓인 재밌는 일화들을 한 번에 몰아서 풀어 놓는 것이 참 재미가 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있었던 그맘때에는 무얼 했는지 듣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또 종종 보기로 약속을 했다.
피차 서로 바쁘게 살아가기도 하는 터라 빈도가 어찌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볼 때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재밌는 얘깃거리를 많이 쌓아둬야겠다.
자신은 있다. 시간만 내면 되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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