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감상/전시

2023년의 마지막 날을 장식한 '스투파의 숲' 관람 기록

쌀포대 2024. 1. 2. 04:55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예매 화면

2023년 12월의 어느 날 중학교 동창 친구와 SNS에서 대화하다가 같은 관심사가 있었음을 알게 되어 함께 한 날 한 시에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 '스투파의 숲'에 방문하기로 결정.
예약일은 연말 오후 4시였고 날짜가 되어 우리는 한 시간 반 정도 전에 용산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오근내 닭갈비'에서 식사를 하고 관람을 하러 가기로 말을 맞추었으나 ...

브레이크 타임과 그에 따른 라스트 오더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점심 시간 라스트 오더는 2시 30분 까지, 저녁 시간 라스트 오더는 9시 까지이니 방문의사가 있는 사람은 참고해서 가보는 게 좋겠다.

그래서 인근 카페 '레뽀드라라'에서 시간을 좀 때웠고.

[네이버 지도]
레뽀드라라 용산본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길 6

https://naver.me/FNls9p8Q

레뽀드라라의 커피와 스콘

친구가 스콘을 좋아한다기에 급하게 방문했는데 인기가 많은 곳인듯 했고 자리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운좋게 착석해서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친구는 이벤트 참여로 무료로 받은 아메리카노에 앙버터 스콘, 나는 비엔나 커피에 브라운치즈 스콘.
음료와 스콘이 잘 어울리고 스콘은 포크질 좀 했다고 함부로 마구 부스러지는 재질이 아니라 먹기 좋았다.
가르면 가르는 모양새 그대로 잘 잘리는 느낌.
맛이 괜찮았어서 좋긴 한데 위치가 조금 까다로운 감이 있어서 이 근방을 방문할 일이 있는 게 아니고선 자주 찾아 가긴 어려울 것 같다.

이제 진짜 본론 시작.
버스를 타고 국립 중앙 박물관에 시간에 맞춰 도착해 예약했던 티켓을 발급 받아 친구와 함께 입장했다.

티켓 인증샷

전시에 들어가기 전 입구 맞은 편에 물품을 보관하고 들어 가면 좋다.
가방도 가방인데 밖은 추운데 안은 아주 따뜻해서 겉옷이 전부 짐이 되어버린다.

전시관 입구 장식

종이 팜플렛은 없었고 입구에서 QR코드를 촬영하면 웹사이트에 방문해 해당 사이트에서 유물의 이미지와 유물 설명을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가 기획되어 있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새로웠다.
작품 설명이 각 작품마다 글귀가 적혀 있기는 하나 음성 재생 파일에서 간혹 가다가 글귀보다 약간 더 풍부한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으니 갈 때 넉넉한 폰 배터리와 이어폰을 챙겨 간다면 적잖이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식이고 설명 하단에 음성을 재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해당 이미지가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 내릴 것 ...

개인적으로 호감이다.
사실 종이 팜플렛은 기념품으로 한 번 씩 챙길 수는 있겠으나 결국은 버리게 되기 마련이니 어떻게 보면 자원 낭비이기도 하니까 ... 현명한 듯 하다.
입장 전 안내 받을 때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동영상 촬영은 불가하다고 하니 이 또한 참고하는 게 좋겠다.

초반부 벽면 이미지

전시 구성은 스투파가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알려주지는 않고, 스투파라는 것을 만들 때 해당 유적에 남겨지는 어떤 그림들이나 상징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 배경지식 알려 주는 것부터 구성되어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다 대관절 저 동그란 것들은 무엇이며 뱀 그림은 어째서 머리가 다섯이나 되는가? 하는 뜬금없는 모양새를 예방하는 느낌.
그래서 초반부엔 그래서 스투파가 뭔데요??? 하는 생각을 속으로 계속 삼키게 되곤 했었다. 이런 큰 그림을 몰랐기 때문에.

초반부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카라였다.
원래 인간보다 인간이 아닌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 모양새를 재해석한 동물이라니 재미있기도 하니까.
이 상상의 동물은 담겨 있는 의미가 커서 그런지 중간중간 심심찮게 등장했다.
그 외 락샤, 락시, 나가 등이 언급 되었던 구간이고 베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말 문외한이라 전혀 모르겠으나 그나마 네이버 웹툰들을 보면서 접했던 키워드들이 나오니까 오... 나 이거 들어봤어... 하는 상황이 혼자 조금씩 생기니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이 전시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한 영상 연출이 재밌게 진행되는 구간이 종종 있었는데 이 때문에 영상 촬영을 금지했던 것인가 싶었다.
예를 들자면 아래의 이미지들과 같다.

돈이 쏟아져 나오는 락시의 머리카락 밑으로 금화가 계속해서 쏟아지는 연출
그려진 식물과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식물이 피어나는 영상 연출
벽면 상단에 코끼리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영상

사진으로만 찍었지만 실제로 가서 감상하면 영상효과가 분명히 나온다 ...
당연하지만 사진 한 장 가지곤 영상의 매력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니 웬만하면 직접 가서 보자.

중반부부터 본격적으로 스투파에 대한 설명, 그리고 석가모니에 대한 많은 것들이 나온다.

전시장에 설치 되어 있었던 것 / 이 이미지는 디자인을 누가 한 걸까? 간단한듯 심상이 깊고 세련되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의문이나 내가 이해하기론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봉분 같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사전적 정의는 전시장 외부에 적혀 있긴 했다.

전시장 외벽 어딘가

사리를 갖다 놓고 그 주위를 어떤 상징적인 것들로 둘러싸 채운 다음 그 위에 또 상징적인 것들을 정성스레 감싸 얹고 또 둘러싸고... 이 완성된 형상이 다 합치면 확실히 탑과 같기는 하다.
가장 앞부분에 있었던 유물들은 대략 이렇다

'기본이 아름다운 스투파' 라는 제목의 유물
'머리 다섯 달린 뱀이 지키는 스투파' 라는 제목의 유물

머리 다섯 달린 뱀이 나가라고 했고 위에 잔뜩 펼쳐진 것이 보리수 나무랬다. 나가는 스투파를 지키는 존재랬고 보리수는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상징한다 했던가.
종교가 없는 입장이라 정말 가벼운 시선에서 흥미롭군~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진짜 경건한 마음으로 방문한 불교인들은 이따금 유물 앞에서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기도 했으니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했다.
공중도덕을 지키는 교양있는 시민이 되어야지 ...

전시장 내부

여기 전시된 것 중 인도의 아소카 왕이 석가모니의 사리와 함께 묻은 보석들을 전시한 것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이 날 본 것 중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다.
사진이야 찍었다만 영롱함이 사진에 다 안 담긴다.

피프라와 스투파 출토 사리
페페스투파

스투파의 숲 구간을 넘어가면 석가모니의 일생과 관련된 설명과 유물들의 전시가 펼쳐진다.
석가모니의 묘사가 참 다방면으로 기이했는데 개인적으론 어떤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상태를 옛사람들의 관점에서 외적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 사이에 갈퀴가 있다거나, 손이 무릎까지 닿는다거나, 발바닥에 문양이 있다거나 식의 다양한 특징들이 다 합쳐지면 확실히 인간의 수준을 진즉 벗어난 형상이 되기는 하니까.

이게 석가모니의 발자국이라고 했다

친구랑 같이 소근소근 떠들면서 감상했었다.
서사가 신기했던 부분이 많았던 와중 중간에 나온 키워드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이 부분에선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제기해 보았다.
따로 찾아 볼 의향이 있긴 한데 귀찮으니까 조금만 나중에 해야겠다. (ㅋㅋ)
여기 전시돼 있던 것들 중 가장 신기했던 것은 분명 나무로 지은 조각이랬는데 나뭇결도 전혀 안 보이고 그저 맨질맨질하기만 해서 이게 돌이 아니라고??? 싶은 유물이 있었다.
사진은 안 올릴 건데 정말 신기해서 부디 사람들이 직접 가서 봐줬으면 좋겠다.

전시를 보다 보면 스투파에 대한 발굴과 연구를 영국인 학자(누군지 분명히 봤는데 역시 인간에게 관심이 없어 좀처럼 기억이 안 난다)가 했었음을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작품 중 상당 수가 현재 영국 박물관 소속임을 알게 된다.
세계대전의 흐름을 곱씹자면 기묘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예를 들어 삼국시대에 만들어졌을 우리나라 불상이 한 100년 즈음 전에 당시대 일본인 학자 손에 발굴 되어 여즉 일본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면 기분이 많이 그렇지 않은가.
그런 맥락...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느낀 건데, 이 시대 인도 사람들은 풍요를 정말로 중시했던 것 같다.
거의 80프로 이상의 작품 설명에 풍요라는 키워드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풍요가 그러니까 결국 농사 풍작도 있겠지만 좀 더 해석해보면 출산... 같은 것 아닌가?
이 전시를 보면서 나는 현시대 인도 인구수의 개연성이 이해되었다. 조상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 ...

더 보다 보면 큰 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을 거치게 되고 그곳을 벗어나 좀 더 이동하면 전시장의 출구로 가게 된다. 끝인 것이다.

전시장 출구 즈음의 벽

관심이 조금은 생겼으니 내 여행은 성공인가보다.

기획전시 MD는 취향에서 조금 벗어나는 감이 있어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박물관을 나서는 길은 돌계단이 죄다 얼어붙어 빙판이 형성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미끄러져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나와 친구 또한 피하지 못해 한 번 씩 약하게 미끄러지다 바로 서는 일이 있었다.
길이 조금 위험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이 글 쓸 즈음이면 알아서 녹았겠지 싶다.

그렇게 다시 닭갈비 리트라이 ...

[네이버 지도]
오근내 닭갈비
서울 용산구 이촌로29길 15

https://naver.me/5bdsMxLM
박물관에서 출발할 때엔 상관이 없는데, 용산역에서 출발해 방문하게 되면 도보로 이동하는 중간에 신기한 구간을 접할 수 있다.

아날로그한 철도 횡단보도 느낌

이게 서울에 종종 존재하는 걸 알고는 있다만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니까 들를 때마다 재미를 느낀다.

오근내2닭갈비가 인근에 존재해서 이름 가운데에 1이 있는 모양이다. 2는 분점 아닐까?

닭갈비 집에 도착했을 때 우리 앞으로 웨이팅이 4팀 있었어서 수다를 떨며 대기하다가 시간을 조금 썼다.
친구는 낮에 처음 여기를 지나칠 적에 이곳에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들러야겠다고 결심했다기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고 이곳에서 꿋꿋하게 같이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후 입장해서 닭갈비 영접.

닭갈비 볶기 전
조리후~

당연한 얘기지만 맛있다.
대한민국맛집선정이니 미쉐린이니 장식물도 많이 붙어있고 정말 많은 연예인들의 방문 싸인도 벽에 빼곡히 걸려 있으니 맛이 없는 게 기이할 정도의 풍경.
나로선 벌써 구성원만 달리하여 최소 3번째 방문인데 늘 맛이 만족스럽다.
볶음밥도 맛있게 먹었는데 내가 일정이 급했던 바람에 다 먹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와야 했어서 아쉬웠다.
내가 갑자기 시계를 보다가 신데렐라 마냥 펄쩍 뛰어 난리를 피우니 친구도 놀랐을 것 같은데 이해해 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그렇게 볼 일을 다 보고 함께 용산을 벗어났다.

기록용 글을 마무리하면서,
기획 전시 '스투파의 숲'은 전시 된 작품 수가 90가지가 넘어 가니 느긋하게 설명을 음성으로 들으며 작품을 나름대로 충분히 이해해 보고 감상하고 다니다 보면 한 시간 반이 금세 지나가는 식이다.
담긴 내용 또한 풍부하다 보니까 결국 다녀온 후기 내용도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다.
그냥 전시 이랬었는데 재밌었고 밥 맛있었다 끝~ 할 참이었지, 이렇게까지 길게 쓸 생각은 정말 없었다 ...

개인적으론 아주 관심도 없는데 억지로 나오는 것이 아닌 이상은 돈값도 충분히 한다고 느끼는 중.
본인은 무교이나 석가모니가 메인 테마인 만큼 불교 신자들에겐 뜻깊은 전시일테니 불교라는 종교에 단순히 학문적인 수준에서라도 관심이 있다면 가봄직 하지 않나 싶다.
https://naver.me/F7yMnWI3

네이버 예약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2023.12.22 ~ 2024.04.14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link.naver.com

지금 시점은 잘 모르겠으나 더 할인하는 것 같으니 한 번 시간이 날 때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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