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감상/전시

2024 전시 관람 기록 - 1. 폼페이 유물전

쌀포대 2024. 11. 7. 23:32

한 해가 다 끝마쳐 가는 와중 눈 코 틀 새도 없이 지내던 가운데 티스토리서 블챌을 열었다더라
그러니 재활치료 겸 그간 다녀온 전시들을 한 번 쭉 페이지 단위로 열거를 해볼까 한다
매일 쓰기를 목표로...

솔직히 일기 몰아서 쓰는 꼴이랑 다를 바가 없어서 다 지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자신은 없고 그냥 되는대로 해볼 참이다. 사진만 주루룩 올리고 말 수도...

시간 순서대로 쓸 계획은 있는데 고의는 아니어도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겠다. 그냥 기록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자.


폼페이 유물전 대표 이미지


기록의 첫 번째는 1월 22일에 다녀온 폼페이 유물전(더현대).
작년 하반기서부터 전시라이프를 거진 매달 함께 해온 ㅊㅎ 씨와 함께했다.
그러고 보니 이 날 갈 때 근무지 근처에서 까눌레를 사다가 ㅊㅎ 씨한테 선물한 기억이 지금 막 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날 아마 이쪽이 업무적인 이유로 밤을 새고 갔었던 거로 기억을 한다. 선천진기 끌어치기 한다며 찜질방에서 쪽잠 눈붙이기 하고 약속시간 맞춰서 이동했던가 ...
잠도 잘 못 자고 비몽사몽 정신줄 반 놓고 비척비척 여의도까지 찾아 가서 전시를 보겠다고 그 난리를 치고 있다니. 하지만 사람이 문화생활도 안 하고선 가혹한 현대사회를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기에...

사서 고생하기의 대명사.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의 이렇게.
인생 하드모드 주력 플레이어.
그것이 나다.

각설하고 일단 밥 정보.
여의도 IFC몰에서 사 먹은 쌀국수였다.
이런 커다란 몰에 자리한 만큼 불성실한 맛까지는 절대 아니나 그렇게 인상적인 맛까진 아니었던 거로 기억한다.
아니면 그냥 내가 피곤해서 입맛이 망했던 것일 지도 ...


이후에 곧장 더현대로 이동해서 건물 내부를 조금 구경하다가 카운터에서 짐을 맡기고 예약한 표로 입장했다.

팜플렛과 티켓


지금까지도 쭉 지속해 오고 있는 행위.
전시장 입구 앞에서 티켓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소소한 재미이자 어떤 절차가 되어 있다.

이 부분은 전시를 한 해가 넘게 꾸준히 다녀본 뒤에 매겨 볼 수 있는 발언인데, ... 규모가 있는 전시장들은 한 전시 안에서도 전시 컨텐츠를 테마 별로 나누고, 해당 테마로 진입할 때 공간적으로도 꾸며 주면서 어떤 소설의 도입부처럼 명언을 남겨 주거나 작품들의 공통점을 요약해서 설명한 글을 벽면에 붙여 주는데 이 내용이 작품을 도슨트 없이 재주껏 직접 이해해 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몰입감도 올려주는 편이라 참 좋다.

구간마다 이런 것이 있는 게 좋았다

내향성 외향성과 관계 없이 나(E)도 그렇고, ㅊㅎ 씨(I)도 그렇고... 인간이 많으면 스트레스가 확 치솟는 유형의 사람들이라 도슨트가 구름떼처럼 몰고 다니는 인파(더현대 버프를 받아 두 배 이벤트 ON)를 보고 치를 떨다가 도슨트를 떠나 보내고 유유자적 감상하는 편인데, 그래서 벽면 개요문이나 작품 설명을 참 열심히 읽었다.

도슨트한텐 악감정이 없으나, 어쩌겠는가... 인파에 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 건 출퇴근 길로도 충분한 것을...

생각해 보니 사진을 많이 못 올린다.
당시에 작품 하단에 사진 촬영 허용이라고 써붙여져 있던 작품이 아예 정해져 있었다.
다 올리기 귀찮은 것도 있고.
슬슬 힘드니까 그냥 작품 사진 구구절절 설명 없이 몇 장 올려보련다.

친근한 신
대표 이미지 속 그 작품
이날 전시에 섬세한 조각물이 참 많았다


전시장 내부는 벽이나 천장 등을 어두운 색에 적은 조명으로 배치하여 어둑하되 작품들은 조명을 가까이 비치하여 작품들이 빛나게끔 구성이 되어 있었다.
구역을 따라 진행하면서 당대의 문화 수준이나 생활양식 등을 엿볼 수도 있었고,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이 폼페이를 덮치는 과정을 영상자료로서 재현해 주는 부분도 있었으니 전시를 성의 있게 봤다면 어지간한 궁금증은 웬만큼 예술적으로 해소를 해줬다고 보면 되겠다.

사실 조금 부끄러운 교양 수준을 드러내 보자면 저 전시를 가기 전 당시에 폼페이가 이탈리아에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아마 잘 몰랐었다.
그냥 화산재에 뒤덮이고 순식간에 타죽어 굳어버린 도시, 대충 그런 정도로만 인지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이탈리아에 있댄다. 나는 왜 이런 것도 모르나? 하고 스스로의 일천한 지식 수준에 개탄했던가 ...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다 하며 정신승리 하기도.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중간중간 '다 아는 얼굴이구만' 짤과 같은 상태가 되곤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한국인들은 홍은영 작가님의 그로신 만화책을 어린 시절 접해 대체로 그로신 조기교육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예술 작품에 수차례 언급되는 신이나 신화와 관련된 메타포를 보면 아~ 하게 되는 그것.
이 또한 좋았다고 봐야겠다.
내가 그래도 아는 게 있구나 하며 안도하게 되는 감도 있고ㅋㅋㅋ

꽤 알찬 구성의 전시 볼륨을 만끽하고 나오게 되면 MD 판매 구역이 있었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사진을 보아하니 꽤나 다양한 구성으로 이것저것 판매를 했었나보다.

그리고 이 때 당시엔 딱히 전시를 다니는 데에 패턴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현시점에선 고착화된 패턴이 있다.
바로 전시를 끝마치고 마그넷 굿즈를 사와서 도장깨기의 증표로 집 냉장고에 붙여 놓는 것인데...
이 때엔 그런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해서 MD를 그냥 안 사고 나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워서 계속 돌아보게 된다.
저거 당근에 쳐도 딱히 뭐 안 나온다. 서치하는 능력이 없는 건가?
누가 혹시 이 글 보는데 폼페이 유물전 마그넷 굿즈가 있으면 구매 의사 있으니 중고여도 원가로 사드릴테니까 양도해주시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공개수배 맞습니다. 아쉬워 죽겠네요...
플미는 거절합니다.^^

끝나고선 카페에서 잠시 음료 마시며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해산했었던 것 같다. 아닌가? 다른 잡스런 주제로 수다를 떨었던 것 같기도. 1월적 일이니 기억이 제대로 나는 게 더 기이한 일이다.
아무튼 전시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


다음 해에 이탈리아를 직접 지인과 여행을 갈 계획이었던 터라, 그렇게 된 거라면 차라리 잘 됐다, 이 참에 여기서 폼페이를 빠삭하게 정복하고 새로울 것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아버려서 여행 코스에서 폼페이를 뺄 수 있도록 해봐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웬 걸... 이걸 다녀오니 되레 더 들러보고 싶어서 아주 난감해졌던 것 같다. 나는 어째서 이렇게나 유적지를 좋아하는가...

이것은 전시를 다녀오고 몇 달 지난 뒤의 일이나, 결국 해당 여행과 관련해서 같이 가기로 한 지인과 상의를 했을 때 폼페이 가자고 분명한 목적의식 아래 결재 요청하니 쿨하게 승인이 됐다. (ㅋㅋ)
어 꼭 갈 거다.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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